하스미 케이토: 전부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을 한 네녀석의 말이 거짓말이라는걸 다 밝히고 놀려주마.
텐쇼인 에이치: ...그래.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짧게 대답하곤 다뭅니다.)
하스미 케이토: (다급히 아래로 내려갑니다.)
텐쇼인 에이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황급히 뒤따라갑니다.)
하스미 케이토: 다시는... 다시는 질 나쁜 장난 따위 못치게..
계단은 꽤 오래된 계단인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합니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마침내 또다시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 쯤,
넓게 트인 공간이 나타납니다.
어디에도 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운데에 놓인 검은 관은 무척이나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스미 케이토: ...(숨을 멈추고 천천히 관으로 보이는.. 것에 다가갑니다.)
금색으로 염소의 얼굴이 그려진 검은 관입니다.
뚜껑은 잘 닫혀있습니다.
하스미 케이토: (바로 열어봅니다.)
텐쇼인 에이치: (가만히 서서 케이토와 관을 바라봅니다.)
관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차분하게 눈을 감고 누워있는 텐쇼인 에이치의 모습.
왼쪽 가슴에는 큰 상처가 나 있지만 피는 흐르고 있지 않습니다.
생긴지 꽤 오래된 상처 같습니다.
편안하게 자는 듯 눈을 감고있지만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진짜 텐쇼인 에이치의 시체라는 것을.
당신이 아는 텐쇼인 에이치는...죽었다는 것을.
KP:산치체크입니다.
하스미 케이토: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KP: 1d3 굴려주세요~
하스미 케이토:
rolling 1d3
(
2
)
=
2
하스미 케이토 SAN -2
텐쇼인 에이치: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나는 모든걸 알지도, 모든걸 해결하지도 못하니까....신이 아닌거야.
...만들어진 신은 신이 아니었던거지.
하스미 케이토: ...
그 말을 끝으로 텐쇼인 에이치는 곧장 계단 위쪽으로 뛰어올라갑니다.
하스미 케이토: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믿기지 않는 광경을 바라봅니다.)
(분명 너와 지금까지 계속 얘기하고, 돌아다녔는데.)
뛰어올라가는 텐쇼인 에이치의 표정이 어딘가 슬퍼보였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결심을 한 표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스미 케이토: (불안함에 다시 관 뚜껑을 닫아두..려다 냅두고는 아까 내려온 그 계단을 올라가 그를 찾아봅니다.)
텐쇼인 에이치를 찾아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어두운 계단도,
신의 방도,
긴 복도도 지나치게 됩니다.
다시 그의 얼굴을 마주한 곳은...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내려앉는 제단 앞입니다.
텐쇼인 에이치는 한가운데의 제단 위에 걸터앉아있습니다.
푸른 빛 탓에 꼭 달빛 아래에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하스미 케이토: ...
텐쇼인 에이치: 케이토, 지금부터 하는 모든 말은 신중하게 해 줘.
나는 이 곳에서 신이고, 내가 원하는 건 네 선택에 따르는 일이야.
나는...네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돌아가길 원해.
올려다 본 에이치의 표정은 상당히 무겁고 또 진중해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곳에서 지겹도록 본 문장을 떠올립니다.
'신이 원하시는 대로'
눈 앞의 텐쇼인 에이치가 정말 이 곳에서의 신이라면,
기계장치의 신이라면,
이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하지만 나는 이 곳에서 신으로 숭배 받았을 뿐, 진짜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어떤 답도 찾을 수 없어.
하스미 케이토: 신은 믿어야 그 믿음으로.. 신이 된다.
....
... ...
텐쇼인 에이치: 나를 믿는 신도들은 전부 죽어버렸는걸. 아까 봤잖아? (양 팔을 벌립니다.)
케이토, 이번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인 네가 해 줬으면 좋겠어.
하스미 케이토: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는것 부터 그만 둬 주겠어?
(미간을 찌풀입니다.)
...하스미. 하스미로 해. ... ...
텐쇼인 에이치: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허락해주지 않는구나...
가차없네, 케이토. 아니...하스미 군...
좋아, 그럼 이제 인간인 너에게 질문을 할게.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고, 너를 바라봅니다.)
만들어진 인간은 인간이야, 아니야?
...나는 텐쇼인 에이치야, 아니야?
하스미 케이토: ...
만들어진 인간도 자아를 가진 이상... 인간이다. 하지만 너는... 너는... 내가 아는 에이치가 아니다. 너는 다른 자아를 가진 다른 생명체이자 신이겠지. (담담하게 말하곤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립니다.)
네게 잔인할지도 모르겠지만. 너는 내가 아는 에이치가 아니다.
텐쇼인 에이치: ...그래, 네가 말한 거라면 정답이겠지.
너는 똑똑하니까...항상 내 도움이 되어주곤 했지. 미안해, 이런 기억까지 갖고 있어서.
하스미 케이토: ... ... 어째서...
도대체 무슨 짓을...
텐쇼인 에이치: 왼쪽 방에서 봤던 책, 기억해? 분명 부활 주문이 있었지.
...나를 죽이고, 지하실의 진짜 텐쇼인 에이치를 되살려줘.
그럼 분명 돌아갈 수 있을거야.
하스미 케이토: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바라봅니다)
텐쇼인 에이치: 네가 선택한 사람과 돌아가는게, 내가, 이 곳의 신이 원하는 일이니까.
왜 그런 표정이야? 같은 장소에 한 인간이 두 명이나 존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잖아?
복제된 영혼이라고 해도, 나도 텐쇼인 에이치의 영혼을 갖고 있으니까.
내가 살아있는 한 주문은 실패할거야.
그게아니면....나와 돌아가고 싶은걸까, 케이토. 아니...하스미 군은.
하스미 케이토: ...
너를... 죽이라고...?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봅니다.)
텐쇼인 에이치: 응, 모든건 갖춰져 있잖아? 여기서 네가 나를 죽여도 아무도 모를거야. (들고있던 단도를 네게 내밉니다.)
하스미 케이토: (입술을 깨물고 내민 단도를 앞에 둔 채 서서 눈을 꽉 감습니다.)
텐쇼인 에이치: 부활 주문도, 진짜 텐쇼인 에이치도.....모두 여기에 있어.
그리고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기계장치가 하나 있잖아?
(제단에서 내려와 네 앞으로 다가갑니다.)
...케이토, 나를 죽여줘.
나를 죽이고, 진짜 텐쇼인 에이치와 함께 있어줘.
하스미 케이토: 그게 네 진짜 소원이야..? 그 말엔 거짓말 하나 없어? (화가 난 듯 확신과같은 의심을 품은 채 노려봅니다.)
텐쇼인 에이치: 나는 한번도 네게 거짓말 한 적 없어.
내가 어떻게 너에게 거짓을 말할 수 있겠어. 적어도 내가 가진 기억속에서...너는 내 소중한 친구인데.
너는 내가 진짜 텐쇼인 에이치가 아니라고 했지만, 나에게 내가 가진 기억은 진짜인걸.
...미안해, 이름으로 불러버려서.
하스미 케이토: 내가 아는 텐쇼인 에이치는 목숨을 함부로 쉽게 포기하지 않아. 농담으로 던지더라도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네가 지금.. 진짜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내게 그런말은 해선 안됐어. 거짓말이다.
텐쇼인 에이치: .....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나를 선택해줄거니?
사실은 전혀 죽고싶지 않고, 네가 나를 텐쇼인 에이치로써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말하면....
진짜를 버리고 나를 택해줄거야...?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이 됩니다, 네게 추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습니다. 너를 온전히 바라봅니다. 나의 소중한 친구를..바라봅니다.)
하스미 케이토: (입술을 깨문 채 다시 생각에 빠지듯 사선 아래로 허공을 봅니다.)
하스미 케이토: (너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엉터리지만 진짜 신을 만들어낸 끔찍한 인간들의 손에 억울하게 죽어가면서 너의 생은 끝나버렸는데. 그로인해 태어난 다른 비록 인간이 아닐지라도 너보다 건강한 생을 얻어 태어났다 에이치. 네 기억을 온전히 똑같이 지닌 채로... 너는 그를. 무어라 생각할까.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있지. 어떻게...)
(저 자는 너다 에이치 저 자를 죽이고 널 살린다면 너는 나를 원망하진 않을까. 그저 잘 되었다고 할까? 나는 어떻게 하고싶지.)
(알 수 없다 모르겠다. 네가 죽어 나에게 그 어떤 것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어서... 너는 어디있지. 나는... 너를 찾고싶다. 네가 보고싶다. 저 자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보고싶다. 네가 멍청이라며 나를 놀리고 저 자가 괴로워하고 날 원망할지라도 나는 네가 보고싶다. 저 자가 너라고.. 느낄 수 없어. 오롯이 너는 너다.. 저 에이치도 오롯이 에이치겠지.. 나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느끼겠지. 그렇다면... ... 용서해주길... 바란다.)
(결심이 선 듯 바라봅니다.)
미안하다. 네게... 심한 말을 한 것 같군. 에이치. 네게 가장 소중한 이름조차 못 부르게 했어.
용서가 안될지도 모르겠군.
하스미 케이토: ...화내도 좋아.
하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너를 별개의 ... 에이치와 쌍둥이정도로 느낀다. ... 너를 ... 그 에이치라고 생각할 수 없어. 미안하다. ...
내 바람은... (천천히 시선을 내려 검을 받아듭니다.)
텐쇼인 에이치: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올라올 것 같았다. 나는 살고 싶어, 죽고싶지 않아. 정말로. 죽음의 기로에야말로 삶의 빛이 있다는걸 가르쳐 준 나의 친구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 진짜 텐쇼인 에이치도...이렇게나 살고 싶었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 나는 텐쇼인 에이치가 아닌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그저 네 선택에 따르는, 만들어진 신일 뿐...)
...아니 전혀, 화는 나지 않는걸. 네 심정도 충분히 이해해.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어. 나의 친구에게. 고작 이런 일로, 진짜 텐쇼인 에이치도 아닌 내가...)
(네가 검을 넘겨받자 금세 허해진 손이 제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전부 들어줄게. 내가 전부 따를게. 너의 바람에...)
하스미 케이토: 너를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살아보지 못하게 해서.. 네 소원이었을 삶에 미안하다. 하지만, 제 명을 다 하지 못한 그를 불쌍하게 생각해다오. 미안하다. 미안하다... 에이치 미안하다....(입술을 깨물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씁니다.)
.. 인간은 태어나 생긴 제 명을 온전히 누려야 하지만 그것을 거두고 다른 제 명을 누리지 못하고 먼저 간 에이치를 살리려는 나를 용서치 말아라. 나만을 용서치 말아라. 에이치. 너도 역시 만들어졌지만 자아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분명 너만의 영혼이 있으리라 내가 믿는다. 죽으면 분명 갈 곳이 있을 테니 그 곳에서 나를 욕하고 기다려라. 네 성불은 내가 죽을 때 까지 빌어주마. 나를 용서치 말아. (그 말을 끝으로 너를 안고 입술을 깨문 채 힘차게 단검을 심장이 있을 곳을 향해 찌릅니다.)
당신이 텐쇼인 에이치, 아니 기계장치의 몸에 칼을 꽂아넣자
순식간에 튄 피가 제단을, 기계장치를,
당신을 적셔갑니다.
손에 피를 묻힌 당신을 위로할만한 따뜻함은...
기계장치에겐 없는 모양입니다.
당신이 뒤집어 쓴 피에서는 일말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움직이지 않게 된 기계장치,
텐쇼인 에이치가 보입니다.
기계장치는 당신이 내린 답으로 당신에게 목숨이 거둬졌습니다.
하스미 케이토: (눈물이 흐르는 것도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아 재빠르게 닦아냅니다.)
그는 그것에 만족하기라도 하듯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하스미 케이토: (책을..찾으러 갑니다.)
왼쪽 방은 조금 전 봤던 것과 똑같은 풍경입니다.
꺼내뒀던 '참고자료'노트가 보입니다.
하스미 케이토: ...
(울컥 올라오는 숨들을 삼겨가며 책을 든 채 지하로 내려갑니다.)
지하실에는 여전히 곤히 잠든 듯 누워있는 진짜 텐쇼인 에이치가
관 안에 있습니다.
하스미 케이토: (평소 절에서 해왔던 정갈한 자세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찬 피가 묻은 손을 제 바지에 슥슥 닦아내고는 책의 문장을 차분히 읽어나갑니다.)